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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_일상

사기꾼 혹은 리플리증후군의 사이.. 조선족 이야기

by 혼자노는중 2021.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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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정착하기 시작한 2019년은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인생 최악의 회사에 입사를 한, 후회로 가득한 한 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알게 된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한때 많이 의지하고 좋게 생각했던 조선족 친구가 떠오르는데요.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했는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상황들이 스쳐 지나가며 소름을 돋게 한 친구.. 이젠 친구가 아닌 그냥 알던 중국인이자 조선족이네요. 당시에 한국에서 살고 싶어 했었고, 후에 한국으로 갔었다는 소문을 건너 건너 들어서 지금은 아마 영주권 혹은 국적을 땄을 수도 있습니다.

 

 


첫 만남.

때는 2019년 5~6월의 봄.

정말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일본에 와서 주말을 보내려니 쓸쓸하고 심심해서 일본에 사는 친구들을 만들어보고자,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이라면 다들 아는 「동유모(동경 유학생 모임)」라는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이 사이트는 재일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인데 한국 친구를 만들거나 일본생활 정보들을 이곳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중 발견한 글.

'무사시코가네이(武蔵小金井)에서 가까이 사는 여자사람친구 구해요~'

당시 살던 곳에서 2정거장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동네 친구로 사귀면 좋겠다 생각하고 댓글을 달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문자가 왔습니다. 상대방은 바로 만나고 싶어 했지만 회사 스케줄로 인해 며칠 뒤로 약속을 잡았는데, 약속 당일까지 매일 아침마다 안부 문자를 보내왔고 당시엔 굉장히 적극적인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약속 당일.

회사를 마치고 그 친구가 사는 동네에서 만났는데... 어라라, 여자가 아니잖아...?

175cm 정도 되는 키, 투블럭한 머리, 안경 그리고 약간은 퉁퉁한 체형.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는데,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자가 맞았습니다. 그저 중성적인, 스타일이 남자 같은 여자였습니다.

 

처음 만났음에도 굉장히 친절했습니다.

고기를 먹고 싶지만 일본 온 지 얼마 안돼서 돈이 없으니 다른 걸 먹자하니 본인이 낼테니 괜찮다며,

고깃집에 데려가서 고기도 배 터지게 주문해주고 구워주고 잘라주고 계산해주고..

일본어 못해서 공부해야 한다니까,

본인이 스터디 운영하고 있다면서 모임에 참여시켜주겠다고 해주고,

그렇게 스터디 참가까지 약속해주었습니다.

 

근데 하나 놀라웠던 건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본인이 중국인이라며 뜬금없이 커밍아웃을 했던 것이었죠. 그만큼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어는 완벽했습니다. 

 

 


주변 인물들을 만남.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주말.

그냥 카페에서 만나서 하는 간단한 스터디인 줄 알았는데, 어떤 건물에서 예약된 회의실에서 시작된 스터디. 조선족 친구와 저를 포함한 총 5명이 모였는데, 다들 일본에 온 지 1~2주일 정도밖에 안된 친구들이었습니다. 다들 워킹홀리데이로 온 친구들이어서 1년 뒤에 떠날 예정이었죠.

직장 그만두고 온 A친구.

휴학하고 온 B친구.

군대 전역하고 온 C친구.

중국인 조선족 친구.

.

 

1시간 정도의 스터디를 끝내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 헤어졌습니다. 이날의 스터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네요.

하지만 이때 스터디에서 친구들을 만난 게 참 다행이었고, 이 친구들을 통해 여러 사실을 알게 될 줄은 당시엔 알지 못했죠.

 

 

 


자주 만나기 시작.

조선족 친구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붙임성이 좋은 친구였습니다. 항상 먼저 매일같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고, 야근이 없는 날이나 주말에는 이 친구를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죠.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고 왔던 A라는 친구도 항상 함께였습니다.

 

이 만남에서는 특이점이 있었는데, 셋이서 밖에서 자주 만났지만 돈은 조선족 친구가 많이 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더치페이를 하려고 해도 극구 사양하며 본인이 돈을 내기를 좋아하는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몰래 먼저 계산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돈을 쥐어주며 함께 계산했었습니다.

 

제일 돈을 많이 쓴 부분은 식비와 오락비. 저렴한 것은 거의 먹지 않았고, 술은 안 먹는 저와 달리 조선족 친구와 A친구가 술을 잘 먹고 좋아해서 한 번에 적게 나올 땐 5천엔(5만원)~1만엔(10만원)정도는 나왔고, 게다가 셋이 당구도 좋아해서 자주 치러 다녔습니다.

(한국과 달리 일본 당구장은 기본 1인 1음료, 기본요금 + 시간당 인원수로 돈을 지불)

 

그렇게 셋이서 거의 단짝처럼 붙어다니다 보니 한 명이 바쁘면 둘이서 만나기도 하며 점점 가까워졌죠.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서로 속마음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뭔가 이 사이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이 되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거짓말쟁이.

확실히 평범한 친구는 아니였습니다. 씀씀이도 컸고 본인어필을 많이 하는 친구이였습니다. 몇 개만 예를 들면,

 

도쿄역 주변에서 앉아 회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주위에 보이는 큰 빌딩 하나를 가리키며,

'저 회사에서 나한테 한 달에 50만엔(500만원) 정도를 준다고 하면서 회사에 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일하면 한 달에 50만엔은 벌 수 있지만 내가 거절했다.'

라고 하며 본인의 능력을 어필했는데, 한국보다 취업 시 학벌주의가 심한 일본에서 고졸인 중국인 일본어 어학교 학생을 스카우트한다는 게 이상했지만, 그렇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이야기하다가 나는 기회가 된다면 여행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기 무섭게,

현재 자신이 일본에 여행사 관련 법인을 가지고 있고 여러 외국 여행사와 컨택을 한 후 상품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직원을 뽑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기 밑에서 비서 같은 역할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당시 좋다고 하긴 했는데, 사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 치고는 일하는 것을 본 적은 없어서 그 이후로도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행사 이야기는 쏙 들어갔었네요.

 

좋은 지갑을 하나 사고 싶어서 명품관을 방문해서 관심 있는 지갑을 보고 있으니까, 자신이 집에 똑같은 지갑이 있다며 싼값으로 넘겨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본인이 가지고 있다는 그 명품지갑은 볼 수 없었습니다.

 

밥을 먹고 있을 때, 줄 서있을 때 남의 지갑에 있는 현금에 집중을 잘합니다. (일본은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요.)

우린 밥 먹고 있는데 뜬금없이 계산대 앞에서 계산하고 있는 사람의 지갑 안의 보고는 저 사람 진짜 돈 많다며 계속 감탄을 연발하기도 하고, 확신할 순 없지만 지갑에 현금이 많은 사람이 돈을 내도록 은근히 유도하는 그런 행동들이 느껴졌습니다.

 

그 친구는 레즈비언. 당시에 본인이 인기가 많고 고백도 많이 받았다고 말은 했지만, 구체적인 경험담은 듣지 못했습니다. 얼굴에 인기라는 게 없는데, 그냥 레즈비언의 세계는 보는 눈이 조금 다르구나 생각했을 뿐이었죠.

 

안 읽은 카톡이 1000개 이상.

카톡에 안 읽음 표시 999+ 표시가 항상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왜 읽지 않는지, 답장을 안 하는지 물어보면 그냥 자길 좋아해서 따라다니는 귀찮은 스토커 같은 애들이라고 말하고 넘겼습니다.

 

이외에도 많지만.. 크던 작던 이상한 행동들이 느껴지던 찰나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얽혀있는 금전관계.

조선족 친구가 어머니 가게일을 도와드려야 된다며 함께 못 만나게 된 어느 날.

A친구와 둘이 만나서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도 먹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 나온 A친구와 조선족 친구의 얽혀있는 처음 듣는 금전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었는데,

 

첫 번째.

A친구가 일본에 온 지 며칠 안됐을 때 이 조선족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많이 마시고 핸드폰을 분실.

패닉에 빠져있는 친구를 위로하며 조선족 친구가 온 동네를 뒤지고 이곳저곳 전화까지 해서 도와줬지만 끝내 못 찾음.

A친구 감동.

이때 조선족 친구가 A에게 핸드폰 매장에서 사면 비싸니 자신이 아마존 프리미엄에서 할인받아서 핸드폰을 구매해서 바로 줄 수 있다고 함.

술 취해서 정신이 없던 A친구가 ATM에서 돈을 출금해 현금으로 조선족 친구에게 100만원 상당의 돈을 줌.

하지만 몇 달이 되도록 핸드폰이 도착하지 않는다고 함.

그래서 주변 지인에게 공짜폰을 받아 유심을 넣고 사용 중.

 

두 번째.

조선족 친구가 A친구를 어느 고급 술집으로 데려감.

A친구는 너무 비싸다며 다른 곳을 가자고 함.

조선족 친구는 자신이 낼 테니 괜찮다며 이것저것 시킴.

50만원 돈이 나옴.

하지만 계산할 때 돈이 없어서 결국 A에게 대신 지불하면 나중에 갚는 다고 함.

하지만 몇 달이 지날 때까지 갚지 않음.

 

이런 이야기를 듣자 뭔가 싸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저희 앞에서 보여준 씀씀이로는 돈을 못 주거나 안 줄리가 없는데, 금전관계가 깔끔하지 못한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죠.

 

 


더 얽혀있는 금전관계.

A친구도 그동안 괜한 오해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던 중, 저와 대화를 하고 뭔가 이상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친구가 아는 선에서 그 조선족 친구의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을 걸었는데,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전에 스터디에서 만났던 B, C 친구들에게도 백만원 돈 단위 이상을 돈을 빌리고 갚지 않고 있는 것이었네요.

 

B에겐 여러 차례에 걸쳐서 돈을 빌려갔는데, 나중에는 연락이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있었다고 하고,

C에겐 부모님이 갑자기 아프시다며 눈물로 전화를 해서 빌려줬는데 역시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때 알게 되었죠.. 왜 카톡에 안 읽은 메시지들이 수천 개가 쌓여있었는지.

다른 건 몰라도 C에게 울면서 전화를 한 그날은 조선족 친구의 랜선 일본인 여자친구가 도쿄에 온다며 A가 보는 앞에서 비싼 호텔을 몇 박을 잡았고, A와 조선족 친구 그리고 그 일본인 여자친구와 셋이서 밤늦게까지 만나서 놀기도 한 날이었다고 합니다.

 

 


나의 금전 손해는.

그런데 피해를 입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는 이상하리만큼 크게 그 친구들만큼의 금전손해를 본 것이 없었습니다.

5천엔 빌려가고, 꼬치집에서 이것저것 시키고 돈 없다며 1만엔이상 돈 내게 한 것 빼고는 생각나는게 없었습니다.

 

사기당한 친구들의 공통점은 워홀로 와서 채류기간이 짧을 예정이고,

본인이 일본에 올 때 얼마를 가져왔는지를 다 공개한 친구들이었죠.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저는 조선족 친구가 금전적 질문을 해와도,

돈을 별로 안 가져와서 빠듯하다,

월급도 적다는 말로만 대신했었더랬죠.

매일 이렇게 골골대니까 조금 소심하게 뜯은 것 같았습니다.

 

 


해결을 위한 과정.

일단 A는 양쪽 말을 같이 들어봐야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으니 본인이 들은 바를 그대로 조선족 친구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조선족 친구는 눈물로 변명을 하기 시작했고 A도 내가 괜한 오해를 했구나 하며 당시에 미안해서 같이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연락두절.

 

A는 이때부터 돈을 돌려받기 위한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고 했습니다.

일단 아는 지인의 변호사 지인에게 자문받기,

일본인 친구를 대동해서 경찰서 가기,

B, C친구에게 증거수집 부탁,

조선족 친구 어머니의 가게에 전화,

조선족 친구 어머니의 가게 직원에게 전화,

처음 만났던 동유모라는 사이트에 글 남기기.

 

제일 효과적이었던 것은 '사이트에 글 남기기'.

이 조선족 친구의 사기 패턴은,

동유모에 글 남기기 → 친구 사귀기 → 돈 빌리기 → 연락 끊기.

이기도 했고, A의 말에 따르면 매일 새로운 친구를 모집하기 위해 거의 매일 들어가서 본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트에 본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공유가 될 경우, 더 이상 사기를 칠 수가 없기 때문이죠.

A친구가 본인이 글을 올렸다며 공유해주었고, 친구의 분노가 들어가 있는 필력에 감탄!!!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족 친구가 A한테 연락을 해왔고, A, B, C친구의 돈을 모두 갚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또다시 사귄 친구에게 사기를 쳤는지 빌렸는지 모르겠지만, 금액이 컸기 때문에 천천히 갚아나갔고 100프로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70프로 정도는 돌려받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 당시 글로 쓴 것보다 험난한 여정이어서 A친구는 술만 취하면 조선족 친구에 대해 이야기 썰을 풀곤 합니다.

 

이렇게 그 조선족 친구, 정신 차린 줄 알았는데 남의 돈으로 호위호식하는 버릇은 못 고쳤나 봅니다.

 

 

 


한국에서도 계속된 사기.

그렇게 해가 바뀌고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한국으로 돌아갔던 A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그 조선족 친구도 한국으로 왔고, 한국에서도 사기를 치고 다닌다더라. 한국에서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이 내 SNS를 찾아서 그 얘의 행방을 물어보더라.' 라며 썰을 풀기 시작하는데, 더 치밀해지고 단위도 커지고 있더라는...

 

그래서 또 다시 결심했습니다.

절대 그 누구와도 돈거래는 하지 않겠노라!!

모두 돈거래는 신중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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