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와서 미국 사람들을 조금 알게 되었는데, 그들은 참 홈파티를 좋아하더군요.
작년에도 남자 친구와 같이 홈파티에 간 적이 있었는데 살아온 환경 때문일까요? 음식부터 대화 주제가 너무 맞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한 1년은 참석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남자친구가 주말에 친구와 던전 앤 드래건을 하는 약속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며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이름을 들었을 때, 제가 십여 년 전쯤 정말 잠시 빠졌던 RGP 게임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몸을 좀 풀겠군.」이라는 생각으로 수락을 하였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토리텔링 보드게임이었습니다. 하핫.
홈파티가 열린 곳은 저희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동거하는 남남커플의 집에서 열리기로 되어있었습니다. 미일 커플이었는데, 처음에 미일 혼혈 여자분과 일본 남자분이 커플인 줄 알고 저의 좁은 시야와 편견으로 오해를 했었죠. 시야를 넓혀야겠습니다!!
먼저, 게임을 하기 전에 자신의 캐릭터와 이름을 미리 정하면 캐릭터에 어울리는 능력치를 각각 부여합니다. 이 능력치를 가지고 메인 스토리를 끌어가는 사람이 조건을 만들어주면 캐릭터들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게임을 하는 거더군요.
솔직히 저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없는 보드게임이라 조금 지루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한 게임을 6시간 동안 하였습니다.
저의 캐릭터는 늑대, 이름은 full moon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moro로 바뀌어있더군요!!
총 4명이 게임을 했고 그중 1명이 2개의 캐릭터를 이용해서 총 5개의 캐릭터로 이야기를 만들어갔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1등 꼴등 이런 거 없습니다. 다 같이 팀을 이루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하지만 전 이 게임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서 처음에 팀원들을 공격하는 빌런이였지요....ㅋㅋㅋㅋㅋ 다들 당황당황.
지도의 일부의 모습입니다. 컴퓨터로 지도를 다운로드하여서 그 지도를 확대시키기도 하고 축소하기도 하면서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면서 이동했습니다.
저희의 스토리는 대충 이랬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늑대와 트월킹을 좋아하는 난쟁이가 40년 동안 던전에 갇혀있었습니다.
난쟁이는 현재에 안주해서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간식으로 손가락을 먹으며 인생을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한편 갑자기 어디선가 끌려와 던전에 갇히게 된 요정 세명이 한 곳에 갖히게 되었습니다.
늑대는 여정을 떠나다가 요정들을 만나게 됩니다. 당황한 늑대가 요정들을 공격하고 타격을 입게 되고 공격을 받은 요정들 중 한 명이 다시 늑대를 공격하고 늑대는 도망을 갑니다.
하지만 사실 늑대와 요정 3명은 오랜 친구였습니다. 도망가는 늑대를 요정들이 쫓아가서 오해를 풀고 다시 동료가 됩니다.
그렇게 긴 여정을 떠나다가 어린아이들을 괴롭히는 괴물을 마주치게 됩니다. 다 같이 괴물을 무찌른 후 던전을 탈출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났는데, 또 다른 곳에서 괴물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난쟁이는 늑대를 타고 탈출하고 나머지 요정들은 괴물을 물리칩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최종 보스를 만나게 되고 여러 시련(?)을 겪게 되는데....
여기까지! 6시간이 걸렸습니다...ㅋㅋㅋㅋㅋ
굉장히 열띤 토론의 장이였습니다. 뭔가 게임이라기보다는 상상력을 총동원한 아이디어 회의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거의 마지막에는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 거의 포기상태였죠.ㅠㅠㅠㅠㅠㅠㅠ
제 예상으로!
한국에서 교육받고 자라온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이 게임을 한다면 누가 먼저 던전을 나가나 경쟁이 생길 거 같은데(저는 빨리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미국애들은 그냥 그 과정을 즐기더군요. 던전을 나가는 거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게임을 어떻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진행시키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랄까???
이날은 게임하다가 지친 날이었네요!
여러분들도 외국 친구들이 있거나 생긴다면 D&D 한번 도전해보세요. 경쟁 없는 새로운 보드게임의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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