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선진국의 대열에 있는 나라이면서 아이티 후진국 중에 하나입니다.
여기서 짧게나마 일하면서 왜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되었는데요. 한국과 이건 다르구나 혹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 느낀 것들이 있는데 일본 아이티 취업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미리 보고 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개인 용도로 회사의 자산을 쓰지 말 것
회사에서 제공받은 컴퓨터로 개인 업무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공된 컴퓨터에는 회사가 허가해준 프로그램만 다운로드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한국 직장인들 다들 회사 컴퓨터에 카카오톡 다운로드하여서 (엑셀 배경화면과 함께) 사용하지 않나요..? 저는 한국에서 큰 회사, 작은 회사 양쪽 다 다녀봤는데 회사 규모 상관없이 웬만하면 컴퓨터에 본인이 다운로드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받아서 쓰고 서핑도 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 남자분들은 점심시간이나 야근 끝나고 온라인 게임도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웬만하면 뭐든 깔려있는 것 이외에는 다운로드하지 않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신저 같은 프로그램도 절대 다운로드하지 않습니다. 만약 굳이 뭔가를 다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한다면 상사에게 우선 허가를 받은 뒤 다운로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건 괜찮겠지? 하면서 다운로드하였는데 혹시나 컴퓨터가 고장 났을 시 그것이 원인이 아니더라도 괜히 억울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선 무조건 아무것도 손대지 말고 바꾸지 말고, 정해진대로 주어진대로 있는 대로만 하면 순탄합니다.
식사는 혼자 혹은 소규모
식사는 대체로 혼자서 조용히 먹습니다. 아니면 소수의 인원으로 조용히 나가서 식사를 하고 옵니다.
도시락을 싸오시는 분들도 있고, 도시락을 싸오시지 않는 분들은 주로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먹습니다. 물론 식사는 본인 자리에서 조용히 드십니다. 회사 주변의 편의점은 점심시간에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도시락은 웬만하면 다 나갑니다. 저도 처음에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는데, 나중에는 질리게 되어서 나가서 먹게 되었습니다.
회사 주변에 요시노야, 마츠야 같은 규동집들을 회사원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점심시간은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동료들과 그날 메뉴도 정하면서 친목도모도 하는 자리이지요. 상사와 같이 식사할 때는 눈도장도 찍는 업무의 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두발 자유 & 복장 엄격
염색과 복장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엄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이라도 긴 와이셔츠에 자켓까지 입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만약 하복이 가능한 곳이라면 회사에서 몇일부터 하복이 가능하다고 날짜를 공지를 한 후, 그날부터 공지된 형태의 하복을 입고 출근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복장에 관해서는 상세한 매뉴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머리 길이에 대해선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남자분들도 머리를 기르거나 묶고 다니시는 분도 있었고 어깨까지 길어서 풀고 다니시는 분도 있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 터치를 하시는 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선을 넘지않는 여성의 복장에 대해선 그렇게 엄격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야근 시 저녁식사
야근할 때 다들 식사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계속 업무를 합니다.
분명 법으로 정해놓은 저녁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만큼 야근수당도 나오지 않습니다만, 다들 상관없다는 듯 업무를 합니다. 처음엔 밥도 안 먹고 야근을 해야 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엔 당연하게 되더군요.
저녁을 먹는 사람이 있긴 한데,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 오거나 도시락을 싸온 것을 먹으면서 일을 합니다.
먹고 올 경우 눈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람 쐬는 척 티 안 나게 빨리 먹고 오거나, 너무 배가 고파서 먹고 와야겠다! 한다면 먹고 온 후에 햄버거라도 쫙 돌려야 뒷말이 안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 야근이 10시 정도를 넘어가니 배가 많이 고파지기 시작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고객사에 한국인 부장님이 계셨는데, 그 부장님께서도 남아있는 4명의 직원에게 모두 규동을 사주셨었죠..
엑셀 필수
엑셀을 잘 다루는 것은 일본의 IT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모든 업무 과정에서 엑셀을 안 다루는 단계가 없기 때문에 엑셀에 있는 기본적인 모든 기능들은 한 번씩 공부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IT 업무를 할 때 엑셀로 업무를 한 적이 없었는데요. 그래서 엑셀 자체를 제대로 그것도 일본어로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멘붕이라고 할까요.. 백지에서 어떤 식으로 완성해야 될지 막막했었네요.
보안을 위한 개발 툴 포기
큰 회사는 보안 때문에 보통 개발 툴을 사용하지 않고 회사 내의 시스템을 사용하여 개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널리 쓰이는 개발 툴에서 제공하는 디버깅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오류를 찾아내냐 하실 건데요. 방법은 한줄한줄 눈으로 코드를 보고 열심히 찾아내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메모장이나 사쿠라에디터*로 개발 업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테스트 과정으로 들어갔을 때 오류를 발견하고 고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메모장으로는 코드가 길어질 경우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사쿠라에디터 : 일본에서 쓰이는 메모장 같은 프로그램. 메모장보다는 조금 많은 기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메모장.
오류 발견 시, 바로 고치지 말 것
모든 업무는 계획 수립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나에게 할당된 업무가 아닌 곳이면 고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관련이 있는 곳이라도 내가 할 업무로 지정된 범위 안이 아니라면 고치지 마십시오.
A를 B로만 고치면 되는 업무라고 하더라도 일단 이 오류에 대해 우선 공론화를 시켜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업무를 했었는지 파악 후, 왜 여기서 오류가 나오게 되었는지 보고를 합니다. 보고 후, 그곳에 관련된 모든 곳을 살펴보고 설계서를 쓰고 일정이나 계획이 수립이 된 후 OK 사인이 떨어지면 수정할 수 있습니다.
업무 프로세스
① 기본 검토
② 기본설계
③ 상세설계
④ 개발
⑤ 유닛 테스트
⑥ 시스템 통합 테스트
⑦ 시스템 통합 미러 사용자 환경 테스트
⑧ 데이터 이행
⑨ 리리스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순서는 대략 비슷합니다. 큰 회사일수록 위의 업무의 크기도 크고 기간도 길게 책정이 되는데, 보통 한 프로젝트에 4개월 정도가 잡힙니다.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에서 넉넉히 잡아서 2~3주 걸릴 일을 여기서는 빡빡한 스케줄로 4달을 잡고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일정이 테스트를 위해 할당되어 있습니다.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에서 엑셀로 목차부터 시작한 문서를 작성합니다. 한 프로세스에 몇십 개 혹은 백개가 넘는 엑셀 파일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완성된 파일들은 그다음 업무단계를 위해 참조되며 진행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해당 업무 프로세스는 지정된 팀이나 인원이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각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
① 기본 검토
:설계서 작성 전에 대략적으로 어떤 식으로 개발을 할지 정함.
:목차부터 시작하여 엑셀로 기본 검토서 작성.
② 기본 설계
:「기본 검토」에서 작성된 기본검토서를 바탕으로 설계의 틀을 잡음.
:목차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램의 작성방식, 테이블 이름, 테이블 칼럼수, 테이블 칼럼명, 조인방식, 각 단계별 결과의 내용 등을 엑셀 작성.
:이름을 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 컬럼의 이름이 기본설계서 검토를 거치며 수십 번 바뀌기도 함.
③ 상세설계
:「기본 설계」에서 작성된 기본 설계서만 보고 내용을 작성.
:「상세 설계」만 보고도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자세히 작성.
:모든 테이블의 칼럼명, 바이트수, 부모 테이블, 키 등등 모든 정보를 엑셀 작성.
:ER DIAGRAM 은 아닌 비슷한 것을 모든 조인에 대해 엑셀 작성.
:만들어지는 파일이 있다면 만들어질 파일에 대한 정보 엑셀 작성.
④ 개발
:「상세 설계」에서 작성된 설계서를 보고「기본 설계」를 참고해 보고 개발.
:기업이 클 수록 보안이 강하기 때문에 개발 툴을 안 쓰는 경우가 많음.
:개발 툴을 안쓰는 경우 메모장 같은 기본 툴로 개발.
⑤ 유닛 테스트
:「개발」에서 작성된 내용만 보고 작성.
:「 유닛 테스트」를 「 유닛 테스트」 환경에서 정상작동을 확인했다는 증거를 파일로 저장.
:목차부터 시작해서 테이블 이름, 테이블 컬럼수, 테이블 칼럼명을 확인할 수 있는 엑셀 작성.
:하나의 function 마다 테스트 엑셀 작성. 모든 컬럼에 예상되는 데이터를 직접 집어넣고 결과 테이블에 출력될 데이터를 예상해서 작성해 놓음.
⑥ 시스템 통합 테스트
:「 유닛 테스트」와 같은 테스트를 「시스템 통합 테스트」환경에서 정상작동을 확인했다는 증거를 파일로 저장.
:목차부터 시작해서「시스템 통합 테스트」를 위한 function 마다 테스트 엑셀 작성.
⑦ 시스템 통합 미러 사용자환경 테스트
:「시스템 통합 테스트」보다 조금 더 큰 단위로 테스트.
:연결된 모든 function 들이 유기적으로 오류 없이 움직이는지에 대한 모든 케이스 확인.
:「시스템 통합 미러 사용자환경 테스트」를 사용자 환경의 미러 환경에서 정상작동을 확인했다는 증거를 파일로 저장.
:목차부터 시작해서「시스템 통합 미러 사용자 환경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 엑셀 작성.
⑧ 데이터 이행
:데이터 이행을 위한 개발 소스 작성.
:「데이터 이행」테스트 환경에서 정상작동을 확인했다는 증거 파일 저장.
⑨ 리리스
:도입될 모든 파일과 function에 관한 모든 내용을 정리하여 엑셀 작성 제출.
:사용자 환경에 시스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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